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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 이성의 아테네에서 무의식의 숲으로, 셰익스피어가 설계한 영원한 환상

안녕하세요, 한 권의 책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며,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진실을 마주하는 공간 '책이랑'입니다. 오늘은 세계 문학사에서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칭송받는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가장 완벽한 예술적 보석, 『한여름 밤의 꿈』을 함께 읽어보고자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감동을 기록하는 행위가 곧 우리 자신의 자서전을 기록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는 인생 경험이 풍부할수록 그의 작품 속에 투영된 인간 본질에 대한 해석이 더욱 절실하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연인들의 소동극을 넘어, '이성과 광기', '현실과 환상', 그리고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철학적 주제들이 겹겹이 쌓인 양파 혹은 다층적인 보석(multi-layered bauble)과 같은 구조를 ..

책이랑 07:00:56

《파르테노페》 파올로 소렌티노: 아름다움이라는 형벌, 시간이라는 폭력, 나폴리에 바치는 찬란하고 잔혹한 애가(Elegy)

안녕하세요. 대사 한 줄에 깃든 은유를 파헤치고, 프레임 사이에 감춰진 깊은 철학적 궤적을 쫓는 영화랑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율리시스를 유혹하는 데 실패한 후 절망 속에 바다로 몸을 던진 세이렌. 그리스어로 '처녀의 목소리(maiden-voiced)'를 의미하는 이 매혹적인 세이렌의 이름이 바로 '파르테노페(Parthenope)'이며, 그녀의 시신이 떠밀려 온 메가리데 섬의 해안가에 세워진 도시가 바로 오늘날의 이탈리아 미항 나폴리입니다. 2024년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작품 《파르테노페》는 이 고대 신화의 영혼을 1950년 나폴리의 포실리포 바다에서 태어난 한 여성의 삶으로 육화시킨 야심 찬 시네마틱 서사시입니다. 《그레이트 뷰티..

영화랑 2026.08.31

『두고 온 여름』 성해나: 여름이 박제한 상실의 풍경, 잔혹하게 찬란한 계절의 고고학

1. 프롤로그: 여름이라는 서늘한 은유 안녕하세요. 혼자 읽으면 외롭지만, 함께 나누면 배가 되는 문학의 즐거움을 전하는 '책이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흔히 여름을 찬란한 생명력과 뜨거운 열정의 계절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성해나의 세계에서 여름은 조금 다른 질감을 가집니다. 그것은 눈이 멀 정도로 환한 빛이 만들어내는 '가장 짙은 그림자'의 계절이자, 너무 뜨거워 살갗이 데인 뒤에야 비로소 그 화끈거림을 인지하게 되는 '고통의 시차'를 상징합니다. 성해나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은 재혼 가정으로 묶였다가 4년 만에 흩어진 두 형제, 기하와 재하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우리가 미처 매듭짓지 못한 채 과거에 방치해 둔 '불완전한 마음'들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가족의..

책이랑 2026.08.27

《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찬란했던 낭만이 비루한 현실로 타오를 때

안녕하세요. 영화라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과 마주하고, 그 속에 담긴 날것의 인간학을 함께 탐구하는 영화랑입니다. 2001년, 한국 영화계가 사상 최초로 극장 점유율 50%를 돌파하며 상업적 르네상스를 맞이하던 그 해, 화려한 흥행 돌풍의 이면에는 아주 조용하고 쓸쓸하게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 걸작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임순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입니다. 당시 화려한 블록버스터와 자극적인 조폭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던 극장가에서, 이 영화는 뚜렷한 스타 캐스팅도, 극적인 신파나 스펙터클도 없이 온전히 비주류 소시민들의 눅눅한 삶에 렌즈를 밀착시켰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흥행의 쓴맛을 보았으나, 관객들의 자발적인 상영 운동인 이른바 '와라나고 운동'을 촉발시켰을 만큼 한국 영화..

영화랑 2026.08.24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자산의 윤기와 상실의 예의, 우리 시대의 생존과 애도를 묻다

안녕하세요. 문학의 숲을 거닐며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동시대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 가치를 정교하게 길어 올리는 책이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우리 시대의 가장 예민한 관찰자이자, 낮은 곳의 목소리를 가장 투명한 문장으로 기록해 온 작가, 김애란의 8년 만의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깊이 있게 해부해보려 합니다. 마치 수많은 소음 속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우량주'를 발굴하듯, 이 소설집이 지닌 문학적 자산과 그 안에 담긴 사회학적 성찰을 톺아보겠습니다.1. '방 한 칸'에서 '자가(自家)'로: 공간의 사회학이 도달한 지점김애란 작가는 등단 이후 줄곧 '공간'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사회적 위치를 정교하게 묘파해 왔습니다.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의 하숙방에서 시작해, 반지하방(『..

책이랑 2026.08.20

《영웅》 윤제균: 차가운 철창 너머로 피어난 뜨거운 장부가, 인간 안중근의 서사적 변주

1. 들어가며: 척박한 땅에 심은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의 씨앗안녕하세요. 영화가 비추는 시대의 서늘한 단면을 짚어내고, 미처 말하지 못한 프레임 밖의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랑입니다.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는 오랫동안 불모지에 가까웠습니다. 관객들은 할리우드의 화려한 쇼와 세련된 선율에는 환호하면서도, 한국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대사 대신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는 묘한 이질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쌍천만 감독’ 윤제균이 던진 승부수는 바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의 영화화였습니다. 영화 《영웅》은 단순히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차가운 여순 감옥’과 ‘비장한 하얼빈역’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축으로 삼아 조국을 잃은 ..

영화랑 2026.08.17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당신의 사랑은 진열대의 상품입니까, 실존의 구원입니까?, 자본주의 시대의 고독을 깨우다

안녕하세요. 한 권의 책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탐험하고, 그 속에 심어진 불멸의 가치를 발견하는 책이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학의 이면을 파헤치는 깊이 있는 여정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매일같이 사랑 노래를 듣고 로맨스 영화에 열광하면서도, 막상 현실의 사랑 앞에서는 길을 잃고 서성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그토록 사랑에 굶주려 있으면서도 정작 관계의 실패 앞에서는 상대를 탓하거나 자신의 매력 없음을 한탄하며 좌절하곤 합니다. 오늘은 20세기 최고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명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을 서늘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찌르는 철학적 여정을 떠나보려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연..

책이랑 2026.08.13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찬란한 햇빛과 타오르는 벽난로 사이, 영원히 각인된 찰나의 이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시공간적 대립과 존재론적 애도(Grief)의 미학1. 들어가며: 빛과 상실이 교차하는 시공간의 시학안녕하세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찾아오는 지독한 여운, 그 잔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고요히 추적하는 영화랑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 감독의 2017년 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단순한 십대의 퀴어 로맨스 영화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인류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첫사랑의 찬란한 열병과 피할 수 없는 상실, 그리고 그 상실을 온몸으로 통과해 내는 인간의 영혼에 바치는 우아한 영화적 서사시입니다. 영화의 서사는 1983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크레마(Crema)의 눈부신 여름이라는 '빛의 ..

영화랑 2026.08.10

『여름 언덕에서』 세계문학단편선: 찬란하고도 잔인한 우리의 계절, 거장들의 감정적 서사와 미학

안녕하세요. 문학이라는 깊고 고요한 숲을 거닐며, 그 속에 숨겨진 삶의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책이랑입니다. 오늘은 눈부신 햇살과 짙은 녹음, 그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파괴할 듯 몰아치는 폭풍우를 품은 계절, '여름'을 통과하는 거대한 문학적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여름은 생명력이 만개하는 시기이지만, 문학 속에서의 여름은 종종 위태로운 충동, 억압된 욕망의 폭발, 그리고 눈부시게 찬란하지만 유한한 청춘의 상실을 은유합니다. 다정한책 출판사에서 출간된 세계 문학 단편선 『여름 언덕에서』 는 헤르만 헤세, 안톤 체호프,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F. 스콧 피츠제럴드 등 당대 최고의 거장 9명이 포착한 여름의 단면들을 섬세하게 엮어낸 기획 작품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

책이랑 2026.08.06

《기쿠지로의 여름》 기타노 다케시: 결핍이라는 이름의 거울,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찬란한 동심

안녕하세요. 한 편의 영화가 던진 화두를 붙잡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함께 나누는 공간, 영화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매년 여름, 습한 공기와 매미 소리가 도시를 덮칠 때면 우리 뇌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떤 선율을 소환합니다. 경쾌한 스타카토로 시작해 서정적인 현악의 물결로 이어지는 히사이시 조의 명곡 ‘Summer’입니다. 하지만 이 익숙한 멜로디의 모태가 된 영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1999)을 온전히 마주한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영화가 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름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추앙받는지, 그 속에 숨겨진 기타노 다케시의 서늘하고도 따뜻한 미학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1. 폭력의 거장이 건네는 가장 이질적인 다..

영화랑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