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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 당신은 어떤 기억을 선택하겠습니까?

만남: 기억의 미학에 사로잡히다비 내리는 어느 저녁, 빗소리와 까만 밤을 즐기면서 삶을 되돌아 보기 딱 좋은 시간에 내 취향 잘 맞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After Life, 1998)를 다시 보았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 만든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 기억과 망각,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섬세하게 넘나드는 보석 같은 영화다. 사람들이 죽은 후 '림보'라는 중간역에서 일주일간 단 하나의 기억을 선택해 영원히 간직한다는 설정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어떤 화려한 판타지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영화의 세계로: 죽음 이후의 일주일 '원더풀 라이프'는 사람들이 죽은 후 도착하는 '림보'라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이곳은 천국으로 가기 전 일주일간 머무는 중간역으로, 죽은 사람들은 ..

영화랑 2025.05.30

경제의 숨겨진 리듬을 찾아서: <아킬 파텔의 '부를 창출하는 경제 사이클의 비밀'>

저는 늘 복잡한 경제 현상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를 탐구하는 데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최근 제 지적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던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옥스퍼드 대학교 금융학 출신 저자 아킬 파텔의 입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비밀'이라는 단어는 마치 고전 문학 작품의 서두처럼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과연 경제에도 예측 가능한 리듬이 존재할까? 그 리듬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혼돈 속에서 어떤 질서를 발견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책을 펼치게 된 저의 솔직한 동기이자, 이 책이 저에게 던진 첫 번째 물음이었습니다. 아킬 파텔의 18년 경제 사이클: 숨겨진 패턴의 서사아킬 파텔은 경제가 무작위적인 혼돈이 아니라, 마치 자연의 계절처럼 ..

책이랑 2025.05.29

왕가위의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 시간 속에 묻힌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들

들어가며: 미장센의 대가가 담아낸 감성의 결정체2000년 칸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왕가위(Wong Kar-wai)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걸작입니다. 양조위(Tony Leung)와 장만옥(Maggie Cheung)이 연기한 이 작품은 21세기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하나로 꼽히며, BBC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위'에 오를 정도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왕가위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감동을 전하는 현대 영화사의 보석과도 같습니다.줄거리: 1962년 홍콩, 우연히 만난 두 영혼의 아름답고 슬픈 만남1962년 홍콩, 같..

영화랑 2025.05.28

나쁜 감정과 춤을 추는 법: 크리스타 K. 토마슨의 <악마와 함께 춤을>

혹시 당신도,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나 이유 없는 질투심 때문에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긴 적은 없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살면서 겪는 온갖 '나쁜 감정'들은 마치 내 안의 시한폭탄 같았죠. 꾹꾹 눌러 담거나 애써 외면하는 게 최선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그런 감정들은 정원에서 뽑아내야 할 잡초 같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그런데 여기, 저의 오랜 믿음에 통렬하게 맞서는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크리스타 K. 토마슨 스와스모어 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님의 저서, 바로 입니다. 이 책은 전통적으로 죄악시되거나 억압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온 분노, 시기, 질투, 경멸, 앙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자기애와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책이랑 2025.05.27

파얄 카파디아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뭄바이 여성들의 고독과 연대를 그린 시적 걸작

202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30년 만에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인도 영화들어가며: 발리우드를 넘어선 진짜 인도 영화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화려한 군무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이 영화가 왜 이렇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걸까?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All We Imagine as Light)'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발리우드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진짜 인도의 모습을 담고 있다.이 영화는 202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샤지 카룬 감독의 '스와함' 이후 30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인도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뭄바이에서 꿈꾸는 세 여성의 이야기 영화는 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

영화랑 2025.05.26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시한부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산다누군가의 삶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조로증(선천적 노화 증후군)을 앓는 소년 '아름이'와 열일곱에 부모가 된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시간의 상대성과 삶의 속도에 관해,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결국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가장 명백하면서도 쉽게 외면하는 진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착해지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었다." 아름이의 이 소망은 처음 읽었을 때 코끝이 찡했다.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년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모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이 구절에서 삶의 양이 ..

책이랑 2025.05.25

<영화 크리스토퍼 매쿼리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톰 크루즈의 마지막 불꽃, 인류의 운명을 묻다

29년간 톰 크루즈의 분신과도 같았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마침내 최종 심판을 예고하는 부제, '파이널 레코닝'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의 완벽한 합작은 이번에도 빛을 발하며,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선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요?'영화 그 자체' 톰 크루즈의 집념이 빚어낸 경이로운 액션"저는 영화가 나의 직업이 아니다. 나는 영화 그 자체다"라는 톰 크루즈의 말처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그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영화에 대한 헌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파이널 레코닝' 역시 CG 대신 실물 스턴트와 현장 촬영에 대한 그의 고집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 절벽에서 오토바이로 뛰어내리는 스턴트 장면은 단순한 볼..

영화랑 2025.05.24

삶의 모순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인생: 양귀자의 '모순'

우연이 책장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양귀자의 '모순'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과 지금의 감상이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삶의 크고 작은 모순들을 견디며 살아온 지금, 25살 안진진의 이야기가 내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왔다. 살면서 많은 선택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안고 사는 나에게, 이 소설은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고 25살 안진진의 이야기가 마음에 스며들어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스물다섯, 그리고 모순이라는 이름의 삶양귀자의 '모순'은 1998년 첫 출간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다. 2023년에는 누적 판매 150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무려 25주년 특별판까지 출간된 이 작품은 단순한 베스트셀러를 넘어 많은 독자들에게 '인생책'으로..

책이랑 2025.05.23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 일상의 디테일 속에 담긴 가족의 초상

"늘 이렇다니까. 꼭 한 발씩 늦어." 처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2008)'를 본 것은 어느 비 오는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일본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벌어지는 하루의 이야기를 지켜보았습니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전개도 없었습니다. 그저 오래된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아려왔을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떻게 이토록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요?영화의 기본 정보와 핵심 테마'걸어도 걸어도'는 2008년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

영화랑 2025.05.22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어서

"거꾸로 된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들어가며: 21세기 최고의 영화라 불리는 이유2001년, 데이비드 린치는 우리에게 '멀홀랜드 드라이브'라는 수수께끼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 영화팬들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죠. 2016년 BBC가 영화 평론가 177명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저는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 모호한 대사들, 그리고 끝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의 구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

영화랑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