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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마약이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가 선사하는 강렬한 전장 심리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문구가 우리의 심장을 관통합니다. "전투의 격렬함은 강력하고 치명적인 중독이며, 전쟁은 마약이다." 이 한 문장이 바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수작, 가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입니다.2008년 미국 개봉, 2010년 한국 수입 개봉된 이 영화는 단순히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중독으로 이어지는지를 섬뜩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여성 감독으로서 폭력과 아드레날린 넘치는 액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할리우드의 아마조네스'라 불리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

영화랑 09:00:52

경계를 허무는 사랑의 물질성: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 이 세상 모든 외계인에게 바치는 위로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 있던 제게, 천선란 작가의 첫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은 한 줄기 빛이자, 뜨거운 위로였습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글을 썼다는 작가의 배경처럼, 상실감과 외로움 속에서도 굳건히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비단 허구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과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소설가 김초엽 작가의 말처럼, 천선란의 소설은 "먹먹한 물소리뿐인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가도 "상실과 고통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이"며 "아름답고 서정적"인 감정의 파도를 선사합니다. "선한 마음을 끝까지 믿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집은 인간과 비인간, 다양한 형태의 관계 속에서 피..

책이랑 2025.07.17

유목하는 삶, 그 쓸쓸한 아름다움 속으로: 영화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2020년, 클로이 자오 감독의 는 전 세계 평단을 사로잡으며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작품상, 그리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쓸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드무비가 아닌, 현대 사회의 깊은 그림자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제작되어,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강력한 사실성과 진정성을 선사합니다.사라진 우편번호, 떠도는 삶의 시작영화는 네바다주 엠파이어에 살던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US 석고 기업의 폐쇄로 마을의 우편번호마저 사라지자, 펀은 일자리와 집을 잃고 밴을 유일한..

영화랑 2025.07.15

벼랑 끝 세상, '함께'라는 고리 – 한디디, 『커먼즈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 극심한 불평등,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든 각자도생의 감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자본의 수레바퀴에 갇혀 끊임없이 돌고 도는 듯한 이 삶에 염증을 느끼지는 않으신가요? 문득, "정말 이렇게 살 수밖에 없을까?" 하는 질문이 마음속 깊이 울려 퍼지던 차에 한디디 작가의 『커먼즈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잊고 있던 '함께'의 감각을 일깨우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 귀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왜 지금, 우리가 이 '커먼즈'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하는지, 저와 함께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1. '공유지'를 넘어 '관계'가 되는 '커먼즈'의 재정의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커먼즈(Commons)'라는 ..

책이랑 2025.07.14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왕가위 '중경삼림', 방황하는 청춘에게 바치는 영원한 위로

1995년, 한국 극장가를 강타하며 '왕가위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2021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개봉하며 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하며 회자되는 이 영화, 바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입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사랑이란 감정 자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 영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홍콩 도심 속에서 사랑과 이별, 그리고 고독을 경험하는 네 인물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미와 연출로 그려냅니다.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그 독특한 감성과 스타일리시함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홍콩 침사추이의 복잡하고 혼잡한 건물들을 '빽빽한 삼림..

영화랑 2025.07.11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경계를 넘나드는 자아 탐색의 여정,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위로

"우리는 모두 나름의 벽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당신의 벽은 어떤 모습인가요?"이 질문은 2023년, 전 세계 하루키 독자들을 다시금 경계와 사유의 미로로 이끈 그의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40여 년 전, 작가 본인이 "내용 면에서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단행본으로 출간하지 않았던 미완성작이, 70대 거장의 손에서 비로소 '완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은, 저와 같은 하루키의 오랜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였으므로" 재서사화 작업을 통해 비로소 완성했다고 고백한 작가의 집념은, 이 작품이 단순한 과거의 재탕이 아님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지금, 그 기대는 깊..

책이랑 2025.07.10

스티브 매퀸 감독의 <노예 12년>, 불편한 진실 속 피어난 인간 존엄성의 기록

안녕하세요. 오늘은 스티브 매퀸 감독의 걸작, 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2013년 개봉 이후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자유인이었던 한 남자가 노예로 전락하여 겪는 12년간의 지옥 같은 실화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1. 자유인 솔로몬 노섭, 노예 '플랫'이 되다: 12년간의 비극적인 여정은 1841년 뉴욕에서 납치되어 12년간 미국 남부에서 노예 생활을 한 자유인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뉴욕 주 사라토가 스프링스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던 솔로몬은, 어느 날 백인 인신매..

영화랑 2025.07.08

죽음마저 각자의 몫이 된 사회, 『각자도사 사회』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최근 제 마음을 깊이 파고든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의 『각자도사 사회』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죠?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각자도사(各自圖死)’라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묵직한 질문 하나를 안고 시작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죽음마저도 각자도생하듯, ‘각자도사’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뒤흔들며, 과연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1. '각자도사'의 역설: 존엄한 죽음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한가?『각자도사 사회』는 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야 하는 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 역설적인 제목을 통해 "..

책이랑 2025.07.07

시간을 초월한 순수함, 멜로 영화의 고전 <클래식>

안녕하세요, 영화를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눌 이야기는 2003년 1월 30일 개봉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멜로 영화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곽재용 감독의 명작, 입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세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왜 여전히 우리 마음속 '인생 영화'로 남아있는지, 그 이유를 깊이 있게 파헤쳐 봅니다.'클래식'을 다시 꺼내 보는 이유: 시간의 흐름 속 변치 않는 가치영화 은 개봉 당시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멜로 영화의 클래식'으로 불리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과 상실, 시간의 흐름을 통해 깊은 감정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과거의 사랑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완..

영화랑 2025.07.04

이 미스터리한 작가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 『자기 앞의 생』

어떤 책들은 읽는 순간부터 독자를 압도합니다. 그리고 어떤 책들은 다 읽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그 여운이 남아 삶의 어떤 질문을 던지게 하죠. 저에게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썼다는 사실, 그리고 한 작가가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콩쿠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전례 없는 사건을 일으켰다는 배경 지식만이 저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그 배경보다 훨씬 더 깊고 인간적인 이야기가 저를 사로잡았고, 결국 제 '인생 책' 목록에 추가될 수밖에 없었습니다.필명 뒤에 숨겨진 로맹 가리의 외침: 이중 정체성의 미스터리 『자기 앞의 생』은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어 콩쿠르 상을 수상합니..

책이랑 2025.07.03